UN기념묘지에 안장된 참전용사들의 묘역 전경. /사진=한국유엔신

“전쟁은 끝났지만, 평화는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4월, 동서대학교 ‘페이퍼크리에이티브’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유엔평화기념관 및 평화공원 현장학습. 단순히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 기자로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이 공간은 내게 ‘기억의 힘’과 ‘기록의 사명’을 다시 일깨워 주는 시간이 되었다.

전쟁을 기억하는 박물관, 평화를 다짐하는 전시관

부산 남구에 위치한 유엔평화기념관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참전 기념관이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위해 참전한 22개국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자 2014년 개관했다.
기념관 1층 전시장에는 전쟁의 발발부터 각국의 파병 과정, 병사들의 생애,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참혹한 전장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 자료와 인터랙티브 전시가 눈에 띄었다.

기념관 해설을 맡은 김은정 해설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정말 다양해요. 처음엔 과제로 왔다가도, 전시를 보고 나면 모두 진지해져요. 전쟁은 단순히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자유와 연결된 현재형의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라 둘러본 참전국 소개 영상과 병사들의 일기, 당시의 군복과 무기들은 내가 배워온 ‘평화’의 정의를 조금은 바꿔 놓았다. 전쟁은 과거형이 아니었고, 평화는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묘역 속 묵념의 길, 세계가 남긴 발자취

기념관을 나서면 곧장 UN기념공원이 이어진다. 세계 22개국에서 온 유엔군 2,300여 명이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단정한 묘역 사이를 걷다 보면, 묘비 하나하나가 하나의 사연처럼 다가온다.

공원 내 '추모의 길'을 따라 걷던 중, 우리는 한 외국인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마크 윌리엄슨(39, 호주)이라고 소개했고, 호주에서 온 참전용사의 손자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매년 이곳에 오셨고, 올해는 제가 그 뜻을 대신하러 왔어요. 여러분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고맙게 기억해줘서 저도 자랑스럽습니다.”

그의 진심 어린 말에 함께 있던 학우들도 숙연해졌다.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다는 의미를 넘어서, 누군가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임을 다시 느꼈다.

기록하는 이의 사명, 평화를 전하는 작은 목소리

현장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 머릿속엔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는 과연 이 평화를 어떻게 지켜갈 수 있을까?’

기자의 시선으로 본 유엔평화기념관은 단순한 기념비가 아닌 ‘교육의 현장’이었다. 기억하고, 묻고, 다시 쓰는 그 과정 속에 평화가 있었다.

이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나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전시관의 침묵을, 묘비 앞의 묵념을. 그리고 오늘 내가 걸은 ‘기억의 길’을.

“기억은 평화로 가는 첫걸음이다.”
이 문장을 다시 떠올리며, 나의 첫 기사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