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 차기 외교수장 "美, 남중국해만큼 우크라전도 신경써야"
김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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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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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인사청문회…우크라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비판
"중국은 경쟁자이자 체제적 라이벌"
유럽연합(EU) 차기 외교수장 지명자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를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지명자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관계에 관한 질문에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는 가장 강력한 동맹이며 계속해서 똘똘 뭉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려한다면 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신경 써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미국)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이란·북한·중국과 갈수록 '은밀히' 밀착하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는 미국은 남중국해 현안에 전념해야 하며 러시아의 위협은 유럽이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 정치권 일각의 주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칼라스 지명자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서방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분명히 했다. 이 역시 제한 해제를 꺼리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무기사용) 제한은 우크라이나가 자위권을 행사를 막기 때문에 지켜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한 무기가 있는 데도 사용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의 '딜레마'가 유럽에도 교훈을 준다면서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EU는 스스로 무기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이자 수익뿐 아니라 원금까지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칼라스 지명자는 관련 질의에 "몰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면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EU는 역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등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고는 있으나 원금 사용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법적 논란이 훨씬 더 클 수 있어서다.
그는 이날 중국에 대해서는 '파트너'라는 언급 없이 "경쟁자이자 체제적 라이벌"이라고 규정한 뒤 "정말로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답보 상태인 EU-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우리가 남미와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는다면 그 공간을 중국이 메울 것"이라고 경계했다.
에스토니아 총리를 지낸 칼라스 지명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경제 제재에 앞장서 온 유럽 내 대표적인 '대러 강경파'로, 러시아 정부는 그를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
그는 지난 6월 EU 규정에 따라 27개국 정상간 사전 합의를 통해 차기 외교안보 고위대표로 지명됐다. 국무위원단에 해당하는 EU 집행위원단의 수석 부집행위원장직을 겸임하게 된다.
유럽의회는 이날 칼라스 후보를 포함해 총 26명의 집행위원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한다.
청문회가 끝난 뒤 유럽의회 최종 승인 표결이 가결되면 차기 집행부 출범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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