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고향을 그리다'展…김환기·이중섭·유영국·이상범 등의 풍경화 210여점
1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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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전시 13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에서 취재진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1월 9일까지 열린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근현대 한반도는 모진 풍파를 겪은 땅이다.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에는 빼앗긴 터전이었고, 광복 후에는 기뻐할 겨를도 없이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현장이었다. 곧이어 민족상잔의 6·25로 폐허가 됐다. 땅은 분단과 산업화·도시화로 속에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 풍경화를 통해 땅의 의미를 조망하는 '향수, 고향을 그리다'전을 14일부터 1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연다고 밝혔다.
전시회는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이상범, 오지호 등 한국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풍경화 210여점과 아카이브 50여점을 통해 일제강점기, 광복, 분단과 전쟁, 산업화·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간직해온 '고향'의 정서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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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지 화백의 제주 풍경 13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에서 취재진이 김인지 화백의 '애'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1월 9일까지 열린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1부 '향토 - 빼앗긴 땅'에서는 각 지역의 풍경화를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펴본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먼저 동양화 1세대의 대표 화가 이상범의 '귀로'가 정지용의 시 '향수'와 함께 관람객을 맞이한다.
귀로는 정지용의 '향수' 시구처럼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얼룩배기) 황소가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같은 장면을 담은 작품이다. 들판의 굽은 외길 위로 소를 몰고 돌아가는 촌부 뒤로 늦가을 저녁 운무에 감싸인 원경의 산이 펼쳐져 있다.
일제강점기 미술계는 조선을 문명에 물들지 않은 평화롭고 순수한 전원의 풍경으로 표현하는 '향토색' 회화가 유행이었다.
전시회는 대구와 부산, 광주, 제주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한 화가들의 풍경화를 통해 각기 다른 풍토와 경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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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기념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 13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에서 취재진이 유영국 화백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1월 9일까지 열린다. 2025.8.13./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부 '애향 - 되찾은 땅'에서는 광복 직후의 모습을 살펴본다. 광복 직후 미술계도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과제에 직면했고, 화단에서는 일본 화풍을 걷어낸 새로운 형식의 미술이 요구됐다. 이에 맞춰 한국의 풍토와 기후, 지형의 생생한 기운을 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통영 출신 작가 전혁림의 '통영풍경'은 남망산 정상에서 바라본 통영항과 그 일대를 파노라마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맑고 선명한 청색을 넓게 칠해 하늘빛과 다도해의 푸른 물빛을 표현했다.
고향 울진의 산 지형만 꾸준히 탐구해 한국적 추상 형식을 완성한 유영국의 '산'은 병렬된 산들을 묘사하며 입체성을 해체해 공간감을 단순한 조형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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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억 화백의 '6·25 동란' 13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에서 취재진이 이수억 화백의 '6·25 동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1월 9일까지 열린다. 2025.8.13./ 사진=국립현대미술관
3부 '실향 - 폐허의 땅'은 6.25 전쟁 비극 속에서 작가들이 느끼고 기록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전후 폐허가 된 시가지를 그린 이종무의 '전쟁이 지나간 도시'나 도상봉의 '폐허' 등은 암담한 현실을 쓸쓸하고 고즈넉한 느낌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신영헌의 '평양 대동교의 비극', 남관의 '피난민' 등은 추상·반추상 풍경화로 어두운 색채와 거친 붓질, 형태의 해체와 분할로 전쟁의 참상, 고통의 기억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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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식 화백의 '봄' 13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에서 취재진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1월 9일까지 열린다. 2025.8.13./ 사진=국립현대미술관
4부 '망향 - 그리움의 땅'에는 분단과 산업화로 희미해지는 고향을 그린 작품들이 모여있다. 작가들은 고향의 모습을 낙원의 이상향으로 그려내며 그리움을 달랬다.
서양화가 윤중식의 '봄'은 커다란 나뭇가지와 그 위에 앉아 있는 두 마리의 비둘기가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평양 출신으로 전쟁 중 고향을 떠나고, 피란 과정에서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은 작가에게 비둘기는 고향 집과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매개체이자 자유로이 날아서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을 투영한 상징이다.
이별한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이종섭의 '가족'이나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이상향으로 구현한 최영림의 '봄동산'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마음속에 간직해온 '고향'의 정서를 풍경화를 통해 되짚어본 전시"라며 "시대와 조국을 담아낸 예술가들의 시선을 오롯이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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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전시 13일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에서 관계자가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1월 9일까지 열린다. 2025.8.13./ 사진=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