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인도 등 20여국 모인 SCO 정상회의 연설…美 겨냥 "괴롭힘 방지"

"유엔 시스템·WTO 다자무역체제 수호…질서있는 다극화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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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일 톈진 SCO 정상회의장에서 푸틴과 인사하는 시진핑

중국이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안보 위협 대응기구와 개발은행을 만들어 협력 수준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 이사회 제25차 회의 연설에서 "안보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는 종합 센터와 마약 대응 센터를 조속히 가동하고, SCO 개발은행을 조속히 건설해 회원국의 안보·경제 협력에 더 힘 있는 지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001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만든 다자 협의체로, 2017년 인도·파키스탄, 2023년 이란, 2024년 벨라루스 등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현재는 회원국이 10개국으로 늘었다.

초기에는 테러·분리주의 대응 등 안보 분야 협력에 집중했지만, 중러와 서방 진영 간 대립이 선명해지면서 최근에는 경제·문화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 등에 맞서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발도상국)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어 브릭스(BRICS)와 함께 '미국 견제 연대체'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시 주석의 연설에서도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을 우회 비판하고 중국이 국제 질서의 '대안'임을 자처하는 언급이 이어졌다.

시 주석은 "올바른 2차대전 역사관을 발양하고 냉전적 사고방식과 진영 대결, 괴롭힘 행동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체계와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제창해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오후 'SCO 플러스(+)' 회의 연설에선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크기·강약·빈부에 관계 없이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평등하게 참여·결정하고 수혜를 볼 수 있어야 한다"며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추진하고 개발도상국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등이 공인한 국제 관계 기본 준칙을 전면적이고 충분하며 완전하게 준수하고, 국제법과 국제 규칙의 평등·통일 적용을 보장한다"면서 "이중잣대를 써서는 안 되고, 소수 국가의 '집안 규칙'을 타국에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그는 현재까지 SCO 회원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이 840억달러(약 117조원)를 넘어섰고, 개별 회원국과 중국의 연간 양자 무역액이 5천억달러(약 696조원)를 돌파했다는 등 중국의 경제적 역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SCO 회원국을 대상으로 단기 자금 등을 지원하는 100건의 '작지만 아름다운'(小而美) 민생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20억위안(약 3천900억원)을 무상 원조하고, 향후 3년 동안 은행 연합체 회원 은행에 100억위안(약 1조9천500억원)의 신규 대출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번 SCO 정상회의가 '사상 최대' 규모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20여개국 지도자 및 국제기구 관계자 10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