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성 "현재는 민생위기 일상화…기본경제와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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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할미디어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청년들은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에 시달리고, 중년은 돌봄과 노후 준비라는 이중 부담 속에 숨이 턱턱 막히는 일상을 보낸다. 노년은 은퇴 이후의 생계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2년 기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유영성 기본경제연구포럼 회장은 이 같은 사회 풍경을 "민생위기의 일상화"라고 묘사한다. 최근 출간된 '기본경제 기본사회'(다할미디어)에서다.

책에 따르면 신자유주의가 확산하면서 시민 복지가 축소되고, 시장의 역할이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됐다. 그 결과 주거·교육·의료·금융·에너지 등 삶의 필수재들조차 시장 가격으로 평가되기 시작됐다. 삶의 모든 영역이 상품화됐고, 공동체적 연대와 가치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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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양극화 심화…서울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 통계청에 따르면 자산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평균 주택 가액은 12억5천500만원으로 하위 10% 평균 주택 자산 가액(3천100만원)의 40.5배 수준이다.

자본 영역에선 더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끌어당기는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고, 신자유주의는 이윤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빈부격차는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크게 상회하고, 자산 상속을 통한 계층 재생산이 일상화되고 있다.

유 회장은 "과거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계층 상승 신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청년이 그런 기대를 포기한 상태"라며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계층 이동은 멈췄고, 사회적 동력과 신뢰도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사회 발전을 짓누르는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기본 경제'에 기반한 '기본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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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본소득 논의한 스위스

저자에 따르면 기본사회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복지와 돌봄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시민의 권리'로 보고, (이를)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사회의 기본조건으로 생각한다"는 게 골자다.

이런 기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선 물적 토대가 필요한데, 그것이 기본 경제다. 인간다운 삶이 넘치는 '기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와 경제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생애 초기에 자립을 위한 기반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주거·창업 등에 필요한 자산을 국가에서 제공하는 '기본자산', 사회대출·신용회복지원 등을 뼈대로 한 '기본금융', 교육·돌봄·건강 등 공공인프라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기본서비스', 지역 중상공인 보호·공동체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한 '지역화폐' 등이 기본경제의 구체적인 구성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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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물놀이 중인 가족들

저자는 "오늘날 공동체의 해체, 고립의 심화, 복지국가의 구조적 한계, 시장 중심 질서의 불안정성 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회모델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본사회는 바로 그 요구에 응답하는 새로운 구상이다"라고 강조한다.

"기본경제·기본사회는 상호연결되고 유기적으로 통합된 사회적 생태계의 전범이다. 단순히 삶의 조건을 보장하는 것 이상으로, 시민 각자가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하고 공동체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도록 돕는 구조이며, 사회적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궁극의 경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