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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조성계획 ./사진=국토부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부지 조성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이 공사 기간을 기존보다 2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정부가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했다.

정부는 사업 정상화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목표로 잡았던 '2029년 12월 조기개항'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과 진행해 온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기간을 기존보다 2년 늘린 108개월(9년)로 잡은 기본설계안을 보완하지 않겠다는 설명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현대건설이 낸 108개월 기본설계안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고, 입찰 공고에 제시된 공사 기간인 84개월(7년)과 공사 기간을 다르게 정한 구체적 사유를 제출하도록 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가덕도 일대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666만9천㎡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짓는 사업이다. 당초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힘을 싣기 위해 2029년 12월로 5년 6개월을 당겼다.

2023년 말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뒤에도 지역사회의 목소리 등을 반영해 조기 개항 계획은 유지됐다.

다만 현대건설은 2029년 개항에 맞춘 기존의 공사 기간인 84개월(7년)은 공사 난도와 안전을 위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항공 활주로와 관련 시설을 건설하려면 바닷속 연약지반을 견고하게 개량하는 작업과 함께 산을 옮겨 바다를 매립하는 공사도 진행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해상 구조물 설치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산의 3배 규모에 이르는 산봉우리(1억5천㎥)를 발파해 2억3천㎥의 토석을 생산하는 공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건설 현장에서 지반 붕괴 등의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극한 공사 환경 속에서 안전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도 엄수하려면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바닷속 연약지반의 안정화 기간에 17개월이 추가로 걸리고, 방파제 건설과 매립을 동시에 하게 돼 있는 기본계획과 달리 안전을 위해 방파제 일부를 7개월에 걸쳐 먼저 시공한 뒤 매립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건설의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08개월 공사 기간과 관련, "6개월 동안 일평균 250여명의 공항·항만·설계 전문인력이 참여해 설계 검토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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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연대봉에서 바라본 가덕도신공항 예정 부지 ./사진=손형주

국토부는 다만 국가계약 법령에 따라 기본설계 보완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현대건설과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실격 처분'(DQ) 조치를 하고 재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시도 전날 '108개월 공기'를 고수하는 현대건설에 추가 개선안을 요구하는 대신 재입찰을 진행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2029년 말 개항, 착공 후 7년 내 준공 기조를 유지할지와 공사비를 높여 재산정할 지 등을 검토해 재입찰 여부와 방식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공사의 난도가 높고 기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재입찰이 이뤄져도 복수의 건설사가 참여하지 않아 또다시 공사가 유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 사업에는 입찰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아 총 4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새로 시공사가 선정되더라도 기본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만큼 행정 절차에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도 있다. 이럴 경우 2029년 말 개항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토대로 안전성과 품질이 확보되면서도 일정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 정상화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