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기념공원에 설치된 참전용사 추모 벤치. /사진=동서대 방송영상학과 4학년 김혜은 명예기자
2025년 5월 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UN Memorial Cemetery in Korea) 곳곳에는 일반 벤치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닌 벤치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벤치들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한국전쟁 당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상징적 기념물이다. 하나하나의 벤치에는 유족과 참전국 국민들의 사연이 담겨 있으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유엔기념공원은 전 세계 유일의 유엔군 전사자 묘지다. 이곳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11개국, 2,300여 명의 전사자들이 안장돼 있다. 방문객들은 조용한 추모 공간에서 고인을 기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부를 통해 설치된 벤치들이 있다.
UN기념공원에 설치된 참전용사 추모 벤치. /사진=동서대 방송영상학과 4학년 김혜은 명예기자
이 벤치들은 대부분 참전용사의 유족이나 모국에서 보내온 기부금으로 제작됐다.
유족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전쟁에 참여했던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를 이어가며, 그 뜻을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 각 벤치에는 참전용사 혹은 유족의 이름과 함께 추모 문구가 동판에 새겨져 있어,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예를 들어, 일부 유족은 손자녀 세대까지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직접 공원을 방문하거나 기부의 뜻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다음 세대에게 전쟁의 기억과 평화의 의미를 전하는 통로로 벤치를 활용한다. 이영차 씨를 비롯한 많은 유족들은 벤치를 통해 고인을 기리고,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이들과 그 뜻을 나눈다.
한편, 호주한국전참전용사협회는 해산을 앞두고 900만 원을 기부해 3개의 벤치를 추가 설치했다. 이 벤치들에도 각각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문구가 새겨질 예정이다.
유엔기념공원 관계자는 “벤치에 새겨진 이름과 문구는 참전용사 한 분 한 분의 삶과 헌신을 담고 있다”며 “방문객들이 벤치에 앉아 잠시나마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참전용사 유족들은 벤치를 통해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후세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공원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은 그 바람처럼 벤치에 앉아 조용히 묘역을 바라보며, 묵묵히 전해지는 평화의 울림을 마주한다.
이영차 씨를 비롯한 유족들과 해외 참전국 국민들은 이 벤치를 기부함으로써 세대를 잇는 기억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벤치들에는 단순한 나무 조각을 넘어선 깊은 감동과 평화의 염원이 담겨 있다.
오늘날 유엔기념공원의 벤치들은 그저 앉는 자리가 아니다.
그곳은 평화와 감사, 기억을 품은 자리이며, 그 앞에 선 누구나 잠시 멈춰 서서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 다짐한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