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APEC 개최·개관 80주년 맞아 '권력과 위신' 특별전

금관 6점·금 허리띠 6점 모인 건 처음…"신라의 독창적인 문화유산"

일반 관람은 11월 2일부터…서울서는 금관 사진 5점 모은 전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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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박물관에 모인 신라 금관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박물관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 금관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천년 왕국' 신라를 소개해 온 공간이 은은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1969년 도굴꾼이 몰래 무덤을 파헤치다 찾아낸 교동 '애기 금관'부터 현존하는 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천마총 금관까지 모두 신비로운 자태였다.

나라를 다스리던 지도자를 '마립간'(麻立干)으로 부르던 그 시절, 금관은 단순히 머리에 쓰는 게 아니라 권력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신라의 참모습이었다.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박물관을 거쳐 간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바란 꿈입니다. 이제 그 꿈이 실현되었습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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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신라 금관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박물관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 금관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국립경주박물관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신라의 금빛이 한데 모여 세계 손님과 만난다.

1921년 경주 노서동의 한 무덤에서 처음 그 존재를 드러낸 이후 약 104년 만에 금관과 금 허리띠 각 6점씩 세트로 모두 모인 것이다.

우리 박물관 역사상 처음이자, 앞으로도 쉽지 않을 귀한 자리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정상회의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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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한자리에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박물관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 금관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윤상덕 관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신라 금관은 동아시아 고대 장신구 중 가장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조형미를 지닌 걸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는 가장 오래된 신라 금관으로 평가받는 교동 금관을 비추며 시작된다.

머리띠와 3개의 세움 장식이 붙은 관은 잘 알려진 신라 금관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구부러진 모양의 옥이나 드리개(매달아서 길게 늘이는 물건) 장식이 없어 다소 단순한 형태다.

과거 도굴됐다가 압수된 데다 진위 논쟁까지 있었지만, 최근 연구·조사를 거쳐 진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5세기 초에 어린아이를 위해 만든 것으로 보는 금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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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한자리에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박물관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 금관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이윽고 마주하는 '금관의 방'에서는 금빛 향연이 이어진다.

벽에는 서봉총과 금관총, 금령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 허리띠가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각각 왕비 혹은 최고 지배층 여성, 왕, 어린 왕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찾은 흔적이다.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를 상징하는 나뭇가지 모양 장식, 생명력과 재생을 나타내는 옥과 날개 장식 등을 서로 비교하며 각 금관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고대 왕조에서 하나의 (특징적인) 관을 만들고 이를 100년 가까이 이어가며 사용한 건 오직 신라뿐"이라며 "신라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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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진행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2025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오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금관의 방 모습./ 사진=국립경주박물관

1970년대 잇달아 발견된 천마총과 황남대총 금관 역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현재 남아있는 신라 무덤 가운데 가장 큰 황남대총의 남쪽과 북쪽 무덤에서는 각각 금동관과 금관이 나온 바 있다.

북분(北墳·북쪽 무덤)의 경우, 금관과 함께 '부인의 허리띠'(夫人帶·부인대)라는 글이 새겨진 허리띠가 함께 출토돼 왕비의 무덤으로 추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에 전시된 금관도 여성의 것으로 추측된다.

윤 관장은 "금관은 성인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어린이나 여성도 착장할 수 있었다"면서도 "왕이나 왕비, 이에 버금가는 최상위 계층"이 착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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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진행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2025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오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금관총 금관과 금 허리띠./ 사진=국립경주박물관

국보 7점, 보물 7점을 포함해 오직 20점만 짜임새 있게 소개하면서도 고화질 사진과 영상으로 금관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점이 눈에 띈다.

작업하면서 '실수'한 듯한 작은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고 박물관 관계자는 전했다.

각 금관이 소장 박물관의 대표 유물이다 보니 당초 3주만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12월 14일까지 기간을 늘렸다고 한다.

전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주박물관의 경우, 천마총 유물이 있던 상설 전시실에 와이어를 활용한 공예 기법으로 금관, 금 허리띠 등을 재현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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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설명하는 김대환 학예연구사 김대환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27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기자 간담회에서 신라 금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올해 초부터 기대가 컸던 만큼, 전시가 열리는 동안 관람객이 몰릴 전망이다.

전시가 열리는 신라역사관 3a실은 한 번에 200명 이상 입장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여 박물관은 다른 전시실과 구분해서 관람객 입장을 도울 방침이다.

한편, 박물관은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닷새간 잠시 문을 닫을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누리집에 올린 공지를 통해 "APEC 정상회의 행사로 인해 임시 휴관한다"고 밝혔다. 관람객은 11월 2일부터 전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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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이 27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윤상덕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고 과거와 현재, 신라와 세계를 잇는 문화 외교의 장(場)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경주를 방문하기 어렵다면, 서울에 모인 신라 금관을 찾아봐도 좋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신라실에서는 구본창 사진작가가 촬영한 신라 금관 사진 5점을 모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황금빛 향연을 보면서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에 발굴한 금관과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찾아낸 금관, 그에 얽힌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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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신라 금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신라실에서 본 '사진으로 본 신라 금관' 전시 모습. 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보인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가 신라 금관 5점을 촬영한 사진을 소개한다./ 사진=국립경주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