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도 연일 격한 비판…"다카이치, 투척한 毒 스스로 해결해야"
'오키나와 카드'로 전후 日 영토 문제 지적하며 여론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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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관련 발언을 정면 비판하며 유엔(UN) 총회에서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릴 자격이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나섰다.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전날 유엔총회 안보리 개혁 연례 토론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은 극히 잘못됐으며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푸 대사는 "그 발언들은 중국 내정에 대한 중대한 간섭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간 4대 정치문건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제 정의와 전후 국제질서, 그리고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에 대한 모독이며, 일본이 표방해온 평화적 발전 노선에서 노골적으로 일탈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급된 '대만 관련 발언'은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가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말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현재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개국이며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일관되게 상임이사국 진출 의지를 보여왔다.
일본은 예산 분담을 비롯한 국제 사회 기여를 내세우며 독일·인도·브라질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를 주장하는 결의안도 2005년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미 대통령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푸 대사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언급을 사실상의 적대 행위이자 전쟁 대비 발언으로 못 박는 동시에,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다카이치 총리 발언과 관련해 격한 논조의 사설을 연일 게재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9일 주요 국제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종소리(鐘聲) 논평에서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대만 해협에 무력 개입할 가능성을 공공연히 부추기고 중국 내정에 거칠게 간섭했으며, 반성하지 않고 잘못된 발언 철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는 이어 "어떤 나라도 타국 지도자가 자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과 자국에 무력 위협을 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카이치는 중일 관계에 투척한 '독'(毒)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일본이 중국 분열의 전차에 자신을 묶으려 고집한다면 자신이 저지른 나쁜 행동의 결과를 그대로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영 환구시보는 '류큐'(琉球, 오키나와의 옛 이름)로 대표되는 일본의 전후 영토 문제를 압박 카드로 꺼내 들었다. 오키나와는 미군이 주둔할 뿐 아니라 대만과도 지리적으로 가까워 군사적 민감성이 큰 지역이다.
같은 날 환구시보는 '류큐학 연구는 왜 중요한가' 제하의 사설에서 "류큐를 연구하는 것은 일본의 편파적이고 이기적인 병합 역사 서사를 해체하는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차별과 강제 동화 정책을 지속 추진하며, 류큐가 일본을 위해 치러야 했던 희생을 제도화하고 정당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 16일 류큐를 연구하는 '류큐학'을 국가 지원 프로그램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푸젠사범대의 관련 프로젝트가 연구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관영 매체인 차이나데일리는 오키나와 출신 음악가이자 평화 활동가 로버트 가지와라를 인터뷰하고, 1879년 일본이 류큐를 침략해 오키나와현으로 강제 개칭했지만 자신들은 일본과 별개의 고유 문화·언어 등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주장을 실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국은 경제·문화 영역으로 범위를 넓히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가 지난 15일 자국민에 일본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여행 취소가 잇따르고 있으며, 문화계에서는 일본 영화의 중국 내 상영이 연기되는 등 중국은 본격적인 '한일령'(限日令) 태세를 취했다.
지난 18일에는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국장)과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베이징에서 정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다카이치 총리 발언과 관련한 갈등 상황은 봉합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