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에 서한 보내 여론전…日 "中주장 인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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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달 18일 유엔총회에서 발언하는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둘러싼 중일 갈등 속에 유엔 무대에서도 양측의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푸 대사는 "일본이 진심으로 안정적인 중일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즉각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고 중국에 대한 약속을 실제 행동으로 이행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그에 따른 모든 결과는 일본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서한은 유엔 총회 정식 문건으로 전체 회원국에도 배포된다.

앞서 푸 대사는 지난달 21일에도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이 대만 문제에 군사 개입하려는 야심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자 중국의 핵심 이익에 공개적으로 도전하며 중국에 무력 위협을 가한 첫 사례"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일본의 무력 개입 시도는 침략행위이며, 중국이 자위권을 행사해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같은 날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 다시 침략 정책을 향한 행동을 할 경우 중국 등 유엔 창설국이 안전보장이사회 허가 없이 군사 행동을 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적국 조항'을 거론하기도 했다.

사흘 뒤 야마자키 가즈유키 주유엔 일본대사도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비판하면서 "대만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맞섰다.

푸 대사는 이번 서한에서 "(야마자키 대사가) 억지스러운 궤변으로 핵심 문제를 회피하고 중국을 괜히 비난했다. 적반하장"이라면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대만 문제 관련 '일관된 입장'이 무엇인지 일본 측이 즉답을 피하고 있다며 완전하고 정확하게 답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유엔헌장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국제사회가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발언과 관련한 엄중한 해악을 확실히 이해하고 전후 국제질서를 전복하려는 일본의 야심을 고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이미 전수방위(공격받았을 때만 방위력 행사)를 깨고 다시 무장하고 있다"면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등은 일본 자신이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전후에 일관되게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에 공헌해 왔다며 "중국의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입장이 변경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중국에 거듭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 주장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는 계속해서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며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자위권 차원에서 무력 개입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후 중국이 경제적 타격 조치 등을 연이어 내놓고 군사 대비 태세를 강조하는 등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6일 '대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전날 "일본이 근본적인 시비 문제에서 속임수로 빠져나가려는 망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는 등 중국 측은 발언 철회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