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국립박물관 '쇼소인' 특별전…전시장 입구서 주요 유물로 소개
한국 고대 악기 26년 만에 공개…내년엔 '칠지도'·'백제관음' 전시
"정말 훌륭하네요.", "금빛이 살아있네요."
지난 26일 오전 일본 나라(奈良)현 나라국립박물관 신관 2층 전시실.
유리 진열장 너머에 놓인 악기를 본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나무로 된 악기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지만, 12개의 줄은 그대로였다.
몸체 위로는 당대 장인이 섬세하게 꾸민 듯한 꽃과 풀 문양이 생생했다. 희미한 금빛 자태를 뽐내는 문양은 줄 아래에 놓였던 기러기발(雁足·안족)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양의 귀, 혹은 뿔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은 양이두(羊耳頭) 판에 줄의 끝을 걸어 가지런히 매듭을 지은 악기. 1천200여 년 세월을 간직한 '신라금'(新羅琴)이다.
한국에서 건너간 옛 악기가 약 26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76회 쇼소인(正倉院·정창원) 특별전에서다.
쇼소인은 흔히 '일본 왕실의 보물 창고',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쇼소란 원래 창고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나라 지역의 유명 사찰인 도다이지(東大寺)의 북서쪽에 있는 쇼소인을 뜻하는 말로 쓰고 있다.
나라 시대(710∼794)에 지어진 이곳에는 756년 쇼무(聖武) 일왕이 세상을 떠나자 부인 고묘(光明) 왕후가 명복을 빌며 바친 애장품 600여 점 등 많은 보물이 소장돼 있다.
궁내청이 관리하며 1년에 한 번 한시적으로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일부를 전시한다.
올해 전시에서는 신라금을 비롯해 쇼무 일왕이 실제로 사용했다고 하는 봉황 장식 베개, 다채로운 색상의 유리 장신구, 꽃문양 바닥 깔개 등 57건이 출품됐다.
이노우에 요이치(井上洋一) 나라국립박물관장은 전시 인사말에서 "공예품, 의복 및 장신구, 불교 도구 등 쇼소인 보물의 다채로운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라인업"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 전시 이후 모습을 드러낸 신라금은 전시장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악기는 일본 고대 문헌 '국가진보장'(國家珍寶帳)에 기록된 '금루(金鏤) 신라금' 2개가 823년 쇼소인에서 나가고 새롭게 넣은 신라금 2개 중 1개로 알려져 있다.
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쇼소인 북쪽 창고에서 보관 중이다.
박물관은 신라금을 주요 전시품 중 하나로 꼽으며 '한반도 유래 현악기'라고 소개했다. 관람객들이 이용하는 전시 음성 안내에서 처음으로 설명하는 유물도 신라금이었다.
박물관 측은 신라금과 안족으로 추정되는 유물 6개를 나란히 전시하며 "표면에는 금박을 가늘게 잘라 붙이는 기법인 키리카네 문양이 화려하게 장식됐다"고 설명했다.
오전 8시 개막에 맞춰 오사카에서 왔다는 이케다 모모요 씨는 "한반도에서 온 악기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대로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나라시 주민이라고 밝힌 20대 여성은 신라금에 남아있는 금박 장식을 언급하면서 "옛 시대의 유물인데도 기법이나 장식 등이 섬세하고 훌륭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에서는 신라금 외에도 당대 문화와 예술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유물이 눈길을 끌었다.
푸른 빛의 문양이 돋보이는 바닥 깔개는 1965년 이후 약 59년 만에 관람객을 맞았고, 상아를 붉게 염색한 척(尺·길이의 단위로 약 30.3㎝)의 화려한 문양이 특히 돋보였다.
금색과 녹색의 대비가 뚜렷한 거울은 쇼소인에 전해지는 거울 56점 가운데 유일한 형태로 '나라 시대 또는 중국 당나라 시대 또는 한반도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라국립박물관은 내년에 또 다른 전시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개관 130주년을 기념해 2025년 4월 19일부터 6월 15일까지 열리는 '초(超) 국보' 특별전에는 백제가 제작해 일본에 준 '칠지도'(七支刀)가 나올 예정이다.
칠지도는 덴리(天理)시 이소노카미 신궁(石上神宮)에 있는 유물로, 19세기 후반 녹을 제거하다 드러난 글자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두고 한일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전시에서는 '백제관음'이란 별칭으로 잘 알려진 나라 호류지(法隆寺) 소장 목조 불상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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