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케이블카 이어 잇단 주택사업 추진하며 환경 훼손 논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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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일까, 집념일까'
건설사인 아이에스동서가 부산 남구 이기대의 자연경관 훼손 논란에도 지난 10여년간 끊임없이 개발을 추진해 온 사실이 지역사회 이목을 끈다.
7일 건설업계와 부산시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2014년부터 이기대 개발을 시도해왔다.
이기대 공원과 해운대 동백섬 유원지를 잇는 총길이 4.2㎞의 해상케이블카를 만들겠다며 그해 특수목적법인인 '부산블루코스트'를 설립하고 용지 매입에 나섰다.
민간사업자가 지자체에 사업을 제안하려면 관련 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불루코스트는 2016년 부산시에 사업 제안서를 공식 접수했다.
하지만 천혜의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교통을 혼잡하게 할 우려가 있으며, 공공기여가 부족하다는 주민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혔고, 부산시는 사업안을 반려했다.
이후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지역에서는 끊임없는 찬반 갈등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2021년 아이에스동서는 5년 만에 보완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2라운드를 예고했다.
매출의 3%를 부산 관광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고, 출퇴근 시간대 요금을 할인해 대중 교통기능을 보강하며, 주차장도 더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여전히 우세했고, 부산시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이후 아이에스동서가 해상 케이블카 주차장 용지로 매입한 땅은 또 다른 논란의 무대가 됐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이곳에 최대 31층 높이의 건물 3개 동으로 이뤄진 아파트 단지 건립을 추진하다가 지역 사회의 반발로 사업안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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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과 1년 만인 올해 6월 다시 주택사업 심의 신청을 하면서 갈등은 재점화됐다.
아이에스동서는 최고 높이를 3개 층 낮추고, 동을 2개로 줄이며 특화 설계를 해 장자산 경관 훼손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지역 민심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주민은 "사업안을 냈다가 철회하고, 얼마 뒤 또 제출해서 여론을 떠보는 게 아이에스 동서의 방식"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여론이 나쁜 것은 아이에스동서가 용호만 매립지에 '더블유' 아파트를 건립할 때 발생시킨 논란들과도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더블유는 해운대해수욕장 앞 엘시티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로 자리잡아 아이에스동서 브랜드에 대한 평가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지만, 동시에 지역민의 원성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더블유 아파트가 지어진 시기는 해상케이블카 추진 때와 맞물린다.
2010년 완공된 용호만 매립지를 그해 7월 아이에스동서가 낙찰받아 이듬해 지상 25층짜리 오피스텔 11개 동 약 2천가구 규모의 개발안을 제출했지만 "경관을 다 가린다"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2012년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69층 4개 동으로 조망을 덜 가리는 방식으로 개발 방향이 결정됐지만, 이후 감사원 특별 감사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하자가 있었고, 매각 과정에서 특혜로 이득을 봤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부산시가 2013년 대한상사중재원에 판단을 구해 120억원을 환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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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스동서는아파트 완공 후에도 남구청과 개발부담금을 둘러싼 소송을 벌이며 눈총을 샀다.
특혜 논란이 이어지던 중 남구가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려고 하자 아이에스동서가 부과 대상이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하며 돈을 내지 않았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회 사무처장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이기대 입구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고, 이기대 예술 공원이나 용호 부두 재개발 등 종합적인 그림과도 맞지 않는다"면서 "사업 내용에 큰 변경이 없고, 경관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1년 만에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