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49개 마을서 주택 5천230채 무너져…50만명 직·간접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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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지에 가까울수록 마을 전체가 파괴된 곳이 많았습니다. 동물 사체 냄새도 진동했어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소속 아프가니스탄 전략·조정 책임자인 샤넌 오하라는 최근 2천200명 넘게 숨진 아프간 동부 지진 현장을 닷새 동안 둘러봤다.
진원지 인근 최대 도시인 잘랄라바드에서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까지 이어진 도로는 하나뿐이었다. 100km가량 이동하는 데 6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산비탈에 뚫린 이 1차선 도로 곳곳에 산사태로 떨어진 큰 바위가 널브러져 통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하라는 "진원지 쪽으로 차량을 몰다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한 가족을 봤다"며 "집을 잃고 간신히 챙긴 소지품만 든 상태였고 부모에게 안긴 아이들은 상처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피해 마을에 도착하자 집과 생계 수단을 모두 잃은 이들이 비를 맞으며 비좁은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오하라는 "깨끗한 식수도, 위생 시설도 없었다"며 전염병인 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됐다고 말했다.
그는 눈이 내리는 겨울을 앞두고 깨끗한 물을 비롯해 식량과 따뜻한 옷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진 피해 지역에 사는 여성들이 자신과 아이들을 위한 물과 옷을 간절히 원했다고 전했다.
오하라는 "언제든지 비가 내리면 난민 캠프가 설치된 계곡에서 돌발 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며 "추가 여진으로 더 심각한 산사태가 발생하면 진원지가 완전히 차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눈이 내리면 (피해 지역인) 산악 계곡으로 완전히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그들은 다가오는 겨울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최근 아프간 동부 지진으로 49개 마을에서 주택 5천230채가 완전히 무너지고 672채가 손상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또 최대 50만명이 직·간접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어린이라고 밝혔다.
지진 피해자 중에는 최근 이웃 국가인 파키스탄과 이란에서 강제 송환된 난민도 있었다.
동부 일대가 산악 지형인 탓에 도로가 파손된 마을 441곳은 피해 상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프간 당국에 따르면 전날까지 2천210명이 숨지고 3천600명 넘게 다쳤으며 아직 실종자가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유엔은 아프간 지진 피해자 50만명을 위해 1억3천960만 달러(약 1천935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아프간을 담당하는 인드리카 라트와테 유엔 조정관은 "지금 당장 (지진 피해자들의) 생명이 위태롭다"며 "2∼3주만 지나면 겨울 추위가 이 고지대 마을에 들이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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