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집행위원장…첫 장편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선보여

"30회 맞아 감회 깊어…영화만 좋으면 관객이 극장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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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속 한 장면./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게 영화는 인생의 반려입니다. 영화관은 저에게 꿈의 공간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으로 15년간 영화제를 이끈 김동호(88) 전 위원장은 올해 데뷔작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감독으로 영화제 관객들을 만났다.

김 전 위원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가 30회 부산영화제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제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참석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는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한국과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극장과 영화제를 순례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봉준호와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전 세계 거장 감독들이 영화와 극장의 가치에 관해 김 전 위원장과 나눈 대화도 인터뷰 형식으로 삽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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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속 한 장면./ 사진=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이끌고 영화계에서 37년을 보낸 만큼 작품 연출도 영화와 극장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22년 촬영용 카메라를 샀을 당시는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대폭 줄고, 영화관들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작은 영화관들을 다니면서 그들의 고충을 듣고, 국내외 거장 감독들을 만나서 해법을 좀 물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국내 작은 영화관들을 찾아다녔지만,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일본과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극장과 영화제로 장소가 확대됐고 100명이 넘는 아시아의 거장 감독들을 만났다.

김 전 위원장은 "다들 저와 인연이 깊은 감독들이어서 아주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줬다"며 "예컨대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요청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웃음 지었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결론에도 이르렀다.

김 전 위원장은 "'아무리 관객이 줄었다 하더라도, 영화만 좋으면 관객이 극장으로 간다'는 결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나 영화진흥위원회 등 지원 기관들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쪽에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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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속 한 장면./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서울대 법대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졸업 후 공직 생활을 시작해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문화부 차관,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영화진흥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공직 은퇴 후 1996년 국내 최초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탄생을 이끌어 2010년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영화제 초반 모든 출품작이 한국공연윤리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검열로 어려움을 겪자 김 전 위원장은 '문제가 생기면 제가 구속되겠다'고 강력히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제가 15년 동안 모든 열정과 희생을 쏟았던 영화제"라며 "30회를 맞이해 굉장히 감회가 깊고, 앞으로 더 지속해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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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찾은 김동호 전 위원장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17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