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기계 역할 넘어 국가·가정 주체로 부상 목표"

전문가 "대량 실업, 출산율 감소, 국가 감시 확대" 부작용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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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5 푸장 혁신 포럼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

중국의 이른바 '인공지능(AI) 굴기'가 단순히 관련 산업을 부흥시키는 정책적 차원의 목표가 아니라 시대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꾀하는 정치적 대계(大計)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2035년까지 AI가 국가 행정·경제 부문의 주체가 되고 일반 가정에도 광범위하게 보급돼 자녀와 동반자의 역할까지 하는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최근 공개된 분석을 통해 나타났다.

21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최근 제시한 'AI 플러스(+)' 구상에 대한 고위 관리와 전문가들의 심층 분석이 지난 10일 중국 관영 정기간행물인 '전자정무'(電子政務)를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저자들은 AI가 주체가 되는 시대로 전환하면서 생겨날 여러 부작용을 경계하면서도 중국이 2035년까지 전례 없던 '무한한 희망의 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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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콩 전시회의 휴머노이드 로봇

중국 정부가 지난 8월 산업·소비·의료·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인 'AI 플러스'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는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고 SCMP는 짚었다.

SCMP는 그러한 인식은 중국의 야망을 다소 과소평가한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중국이 이번에 제시한 비전을 보면 중국이 향후 10년 안에 로봇이 공장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닌 AI가 정부 기관에 들어가 사회 거버넌스를 보조하고 중국 가정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를 목표로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센터 빅데이터발전부 인공지능처의 이청치 부처장은 "AI 플러스는 AI 발전의 궁극적인 형태"라면서 "AI는 인간이 미리 설정한 규칙에 따라 실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법칙을 발견하고 심지어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고도로 발전된 AI가 각 분야에서 응용되는 수준을 '지능문명 시대'로 이들은 규정했다.

중국공산당의 고위 간부 양성 기관인 중앙당교 국가통치학부 교수이자 국가전략연구센터 사무총장인 허저는 "지능문명 시대의 생활양식은 오늘날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며 "전통 문명에서는 인간만이 유일한 경제 생산 주체였다면, 지능문명 시대에서는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에서 생산의 자율적 주체로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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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CIFTIS에서 로봇견을 만지는 어린이

이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른바 '반려 AI'의 등장으로 보다 독립적인 개인이 대세가 되고 이는 곧 혼인율과 출산율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AI 반려동물만이 아닌 AI 도우미, AI 동반자, AI 자녀로까지 그 개념과 활용이 확장되면서 나타날 필연적 변화다.

물론 AI가 대세가 될수록 진정한 인간 대 인간의 관계와 유대를 더욱 중시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일련의 낙관적인 전망이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닌 중국의 실질적인 AI 발전에 기반하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힘없이 비틀거리며 걷던 중국의 대량생산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불과 몇 달 만에 브루스 리(이소룡)와 유사한 무술 동작을 해내고 있다고 SCMP는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로봇 산업을 선도하는 유니트리(宇樹科技·위수커지)는 지난 20일 키 180㎝짜리 신제품 'H2'를 공개했는데, 마치 발레리노처럼 우아한 몸짓과 중국 무술 쿵푸 동작을 구현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급속한 발전의 동력으로는 미국과 다른 중국의 정치·사회 환경이 지목됐다.

미국처럼 개별 기업에 의해 발전이 주도되는 것이 아닌 중앙집권적인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고 서방에서는 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여러 제약 요소가 많은 데이터의 활용 또한 중국이 훨씬 더 자유롭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고위험 범죄자 분류와 소비자 수요 예측 등의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서 심지어 장려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