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서산 보원사지·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국보 지정 예고

국난 극복 의지 담긴 '고려 오백나한도'·휴대용 해시계 등 보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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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로 지정 예고된 두 탑 왼쪽은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오른쪽은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사진=국가유산청

불등(佛燈)이 꺼진 옛 절터에 남아 1천년 시간을 오롯이 견뎌온 두 석탑이 국보가 된다.

국가유산청은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각각 국보로 승격해 지정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두 석탑 모두 1963년 보물이 된 이후 약 62년 만에 국보 승격이다.

서산 보원사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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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기단부./ 사진=국가유산청

절터에 남아있는 오층석탑은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탄문(900∼974)이 보원사에 있을 때 광종(재위 949∼975)을 위해 불탑과 불상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석탑의 주요 기법이나 양식 등을 고려하면 10세기 중반에 건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장중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탑으로 꼽힌다.

아래층 기단에는 부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상징인 사자상(獅子像)을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위층에는 불교의 여덟 수호신인 팔부중상(八部衆像)을 섬세하게 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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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의 기단부./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국가유산청은 "고려 왕실과 불교와의 관계를 알 수 있으며 통일신라 말 조영 기법과 양식을 계승하면서 고려시대 새로운 기법이 적용된 석탑으로 가치가 크다"고 전했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1011년에 건립된 고려시대 석탑이다.

개심사지 석탑에는 190자의 글이 새겨져 있어 구체적인 건립 시기와 과정, 당시 사회상 등을 알 수 있다. 기단과 탑 몸체에 새겨진 다양한 조각도 예술적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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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된 '고려 오백나한도'./ 사진=국가유산청

"1010년 이 탑의 건립공사에 착수해 2월 1일에 돌을 깎기 시작하였고, 또 3월 3일부터는 광군사(光軍司)의 육대차(六隊車)와 소 1천마리, 승려와 속인 1만명이 힘을 모아 세웠으며, 향도와 공인 등 50여 인이 감독했다. 그리하여 다음 해인 1011년 4월 8일에 완공했다."

두 석탑은 우리나라 석탑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다.

국가유산청은 "우리나라 석탑 조성 시기를 알 수 있는 편년(編年·건립 순서와 양식적 특징의 기준이 되는 연대기) 기준이 되는 고려시대 석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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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된 '휴대용 앙부일구'./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두 석탑을 국보로 확정한다.

국가유산청은 부처의 힘을 빌려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마음이 담긴 '고려 오백나한도'를 비롯해 총 4건도 이날 보물로 각각 지정했다.

보물이 된 오백나한도는 13세기 몽고가 고려를 침입했을 때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하나다.

나한(羅漢)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수행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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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된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고려 불화의 특징인 품격 높은 예술성과 신비로운 종교적 감성을 담은 작품"이라며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휴대용 앙부일구'는 몸에 지니며 시간을 보는 휴대용 시계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로, 표면을 반구형으로 오목하게 파고 그 중심에 뾰족한 바늘을 세웠고 그 옆에 나침반을 붙인 형태다.

밑면에 '융희 2년' 즉, 1908년에 강문수가 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다수의 해시계를 제작한 진주강씨 가문이 제작한 시계로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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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된 '유항선생시집'./ 사진=국가유산청

고려 말 문신이자 문장가인 한수(1333∼1384)의 시집인 '유항선생시집', 16세기 중엽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도 각각 보물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외세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합쳐 쌓은 것으로 알려진 산성 유적인 '거제 수정산성'도 사적으로 지정했다.

수정산성은 해발 143m 정상에 쌓은 산성 유적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성곽 축조기술의 변천 과정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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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지정된 '거제 수정산성' 전경./ 사진=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