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르 총리 "투자 이미 이뤄져…MOU 수준 아니다"
말레이, 中과 희토류 가공공장 건설 협상…트럼프와도 협력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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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희토류 가공 공장 말레이시아 파항주에 위치한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 레어어스'의 희토류 가공 공장의 모습./ 사진=라이너스 레어어스 홈페이지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경쟁의 주요 대상지로 떠오른 말레이시아가 한국 기업과 호주 기업의 합작 공장 건설을 통해 희토류 산업 육성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말레이반도 중부 파항주에 6억 링깃(약 2천50억원)을 들여 지어지는 네오디뮴 자석 공장이 말레이시아 희토류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 레어어스'와 한국 코스닥 상장사 제이에스링크[127120]는 말레이시아 파항주 쿠안탄 지역에 네오디뮴 자석 생산시설을 짓는 계약을 맺었다.
연간 생산량 3천t(톤) 규모의 새 자석 공장은 파항주에 있는 라이너스 레어어스의 1.4㎢ 규모 희토류 정제 공장 근처에 들어서게 된다. 이 정제 공장은 동남아의 유일한 희토류 가공시설이지만, 현재는 호주에서 채굴된 희토류 광석만 정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와르 총리는 "제이에스링크는 이미 (공장) 부지를 매입했고 운영을 시작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는 더 이상 업무협약(MOU)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투자는 이미 들어왔고 토지도 준비됐으니 문제는 (공장 건설) 과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번 투자로 말레이시아의 첨단 소재·친환경 기술 분야가 강화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노력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오디뮴 자석은 대표적 희토류 중 하나인 네오디뮴을 원료로 만들어진 자석으로 모든 자석 중 자력이 가장 강력해 모터·발전기 등 여러 용도로 널리 쓰인다.
말레이시아 정부 추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는 약 1천610만t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지만, 이를 채굴·가공할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는 외국인 투자·기술 공유를 통해 희토류 원광을 채굴·가공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 나시오날은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 투자로 말레이시아에 희토류 정제 공장을 짓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과 말레이시아는 핵심 광물 관련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을 통해 양국은 서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투자 촉진에 협력하고 말레이시아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을 차단하거나 한도(쿼터)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 협정으로 말레이시아의 자원 주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가공되지 않은 희토류 원광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틍쿠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의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과거처럼 값싼 원자재만 채굴하고 운송하는 국가가 되고 싶지 않다"면서 희토류 원광 채굴·가공을 위한 외국인 투자와 기술 공유를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틍쿠 자프룰 장관은 "우리의 정책은 (희토류) 무역을 영원히 막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값싼 미가공 원자재의 수출을 막아 말레이시아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