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선기 겸임기자

천지는 만물지역려요

광음은 백대지과객이라

인생을 헤어리니

모창해지 일속이로다

두어라

악목부생이니

아니놀고 어리리

천지는 만물이 잠시 머물다가는 숙박시설과 같고, 인간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좁쌀 같은 존재이다. 우리의 생은 잠시 꿈을 꾸고 깨는 것과 같으니 즐겁게 살다 가자.

중허리시조는 한국 전통음악에서 초장 셋째 장단 제1박을 높은 소리로 부르는 시조창이다. 평시조에서 변형된 시조로, 가곡의 「중거」와 음악적인 형태가 유사하여 「중거시조」라고도 불린다. 음계는 황·중·임의 3음 음계의 계면조에 속하며, 서울과 경기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중허리시조는 예로는 「님 그런 상사몽이」, 「무정한 사람」, 「무정한 님」등이 있다.

사진=민선기 겸임기자

시조창은 조선 시대에 확립된 3장 형식의 정형시인 시조시를 가사로 하여 부르는 노래다. 다른 말로는 '시절가','시절단가', 그리고 '단가'라고도 불린다. 시조창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영조 때의 가객 이세춘이 시조에 장단을 붙였다는 시가 나온 『석북집』, 『관서악부』이다. 그 후 가곡의 영향을 받아 시조곡조가 보급됨에 따라 지역적 특징을 지니고 나뉘게 되었다.

시조창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고 있는데, 서울 경기지방의 경제는 황중 음계가 분명하며 중·종장에 속청을 높이는 곳이 있다. 전라도 지방의 완제는 웅심화평(雄深和平=웅숭깊고 화평하다는 뜻으로, 평조 음악의 느낌을 이르는 말)하며, 내포제 사설과 대조적이다. 주로 사설시조를 부른다.

충청남도 지방의 <내포제>는 온화하고 점잖다. <내포제>는 <경제>와 <영제>의 중간 성격을 지닌다. 초장 끝을 4박으로 뺀다. 주로 사설시조를 부른다. 경상도 지방의 영제는 영남인의 기질처럼 굳세고 속청이 없다. 현재에 가장 보편적으로 경찰되고 있는 것은 석암제이다. 영제와 경제를 합한 것이라 보면 되겠다.

시조창이 각 지방의 방언처럼 각기 부르던 시절, 전국을 순회하며 소리를 채보하고 수렴하여 누구나 쉽게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율선 악보를 개발해 전국에 배포하였던 분이 석암 정경태 선생이다. 이 악보를 석암제라 한다.

사진=민선기 겸임기자

이번 2023 부산 국악 축제에서 시조 '중허리시조'를 공연한 시조시인 중 한 명인 정인경은 시조시는 노래를 불러야 완성된 시조임을 강조하며 권상원 시조시인과 함께 자작시조시를 전통 가락에 얹어 부르기도 하고 현대 가락으로 창작하여 부르고 있다. 올해 2023년 12월 22일 예정된 공연에서 정인경은 현대시조로 부르는 창작곡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