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中주도 RCEP 통해 美무역압박 완화 모색…트럼프는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주재
사기범죄도 주요 의제 될 듯…이재명 대통령, 캄보디아와 정상회담 갖고 대책 논의
아세안 9개국 정상 외 리창 중국 총리,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등도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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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세안 정상회의 로고 오는 26∼28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설치된 아세안 정상회의 로고.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한미일 등 각국 정상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집결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포린폴리시 등 외신에 따르면 오는 26∼28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중 제재 대상인 미얀마를 제외한 9개국 정상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미중 무역전쟁 사이에 낀 아세안 각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고관세 등 무역 압박 완화와 다른 주요 경제국과의 무역 협력 강화 등을 모색한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회의 첫날인 26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국과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는 2천400억 달러(약 345조원) 규모의 미국산 석유 등 에너지, 여객기, 옥수수 등 농산물 구매·투자를 미국 측에 약속할 방침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세안은 오는 27일께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대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이자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를 개최, 미국의 무역 압박을 덜어줄 수 있는 자유무역 시장 확대를 모색하기로 했다.
RCEP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정상들과 리창 총리, 다카이치 총리, 앨버니지 총리 등 회원국 정상들은 물론 룰라 대통령, 라마포사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
특히 브릭스(BRICS) 주요 회원국 정상들이 이 자리에 함께함으로써 아세안과 브릭스의 협력 논의가 물꼬를 틀 수 있다고 SCMP는 관측했다.
또 RCEP 회원국 정상들은 그간 가입 의사를 나타낸 칠레·홍콩·방글라데시·스리랑카의 가입을 논의한다. RCEP 회원국은 현재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캄보디아·미얀마 등지의 범죄단지(사기 작업장) 문제도 아세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달 중순 미 재무부는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사기 작업장을 운영해온 혐의를 받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146건의 무더기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은 자국민에 수십억 달러의 사기 피해를 준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태국 등에서 어떻게 활동할 수 있었는지 이들 국가에 설명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공동성명 등을 통해 회원국이 협력해 동남아 지역의 사기 범죄를 단속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도 26일 말레이시아에 도착, 27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가장 먼저 정상회담을 갖고 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스캠(사기) 범죄는 한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국적자가 국경을 넘나들며 저지르기에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나 여러 나라와 다자적 대처를 해야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이 대통령도 아세안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같은 날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안와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진 뒤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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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태국과 캄보디아 간 평화협정 서명식을 안와르 총리와 함께 주재, 아세안 정상회의를 자신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오는 대대적인 외교 이벤트 무대로 만들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8개 전쟁이 자신의 중재로 종식됐다고 주장하면서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드러냈으나, 수상은 불발됐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아세안과 태국·캄보디아에 자신이 주재하는 평화협정 서명 행사를 아세안 정상회담 기간에 열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태국과 캄보디아는 최근 평화협정 협상을 진행, ▲ 국경 지대 중화기 철수 ▲ 국경 지대 지뢰 공동 제거 ▲ 온라인 사기 등 범죄 단속 등 주요 항목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쿠알라룸푸르에서 그간 50%의 고율 관세 부과를 놓고 마찰을 빚어 온 브라질과 외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룰라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크다고 양국 관계자들이 AFP통신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 경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년여 만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준비를 위해 미국과 중국 당국은 이날부터 말레이시아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갖고 무역 분야 의제를 사전에 조율한다.
미국 측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 양국 무역 협상 대표들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과 미국의 대중 100% 신규 관세 부과 등에 대해 협의할 방침이다.
이 밖에 아세안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를 11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승인할 예정이다.
동남아 국가 중 가장 최근인 2002년 독립한 동티모르는 2011년 아세안 가입을 신청한 지 14년 만에 가입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