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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념공원서 참전용사 희생 추모하는 차세대 동포들 ./사진=유엔기념공원

재외동포청 산하 기관인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가 주관한 '2025 차세대동포 모국 초청연수'에 참가한 전 세계 37개국에서 모인 재외동포 청년 120명은 지난 26일 폭염 속에서도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추모했다.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전몰장병을 위한 공식 묘역으로, 1951년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조성됐다. 당시 개성·인천·대전·대구·마산 등지에 가매장돼 있던 유해를 이곳에 이장하면서 오늘날 11개국 2천300여 위의 유해가 안장된 국제 평화의 상징이 됐다.

이날 헌화식에는 재외동포협력센터 이영근 상임이사를 비롯해 미국에서 온 전하린, 영국의 송민준, 튀르키예의 오이삭, 캐나다의 나건, 우즈베키스탄의 칸 다닐 씨 등 5명이 참가자 대표로 헌화하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렸다.

참가자 대표로 헌화한 송민준(22·영국 노팅엄대 약학과 3학년) 씨는 "총 180만명이 참전해 3만6천여명이 전사한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없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화를 통해 모국이 왜 특별한지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고, 한국을 알리고, 모국과의 연결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전하린(19·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마케팅디자인학과 1학년) 씨도 "평화의 땅 한국이 이런 고통스러운 전쟁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며 "이분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어 광복 80주년 기념 '부산의 독립운동과 범어사'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박물관을 찾아 일제강점기 때 만해 한용운 스님을 비롯해 범어사 소속 스님들의 독립운동 활약상을 둘러봤다. 이와 함께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폈다. 또 전통 유물과 생활사 전시를 관람하며 선조들의 삶을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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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특별기획전 '부산의 독립운동과 범어사' 관람./사진=재외동포협력센터

미국에서 온 참가자 김서현(18·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1학년) 씨는 "미국 독립선언문은 여러번 읽었지만, 대한민국 독립선언문은 오늘 처음 박물관에서 접해 반성했다"며 "모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의 희생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국립부산국악원을 방문해 전통음악과 공연예술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상설전시관을 둘러본 뒤, 국악 강사들의 지도 아래 120명 참가자 전원이 강강술래도 체험했다. 또한 전통 탈과 악기 만들기 및 장단 맞추기 체험도 진행돼 신명 나는 장단 속에서 서로의 리듬을 맞춰가며 활기찬 분위기 속에 하나 됨을 느꼈다.

이탈리아에서 온 박유빈(18·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 1학년) 씨는 "장단에 맞춰 동포 친구들과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를 처음 접했는데, 단순한 민속놀이를 넘어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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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전통 탈 들고 기념 촬영하는 차세대 동포들. /사진=재외동포협력센터

이번 일정에 동행한 이영근 상임이사는 "오늘 일정은 과거와 현재, 아픔과 예술을 함께 느껴보는 여정이었다"며 "청년들이 모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더욱 단단히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