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고조 속 '日과 연대' 메시지 발신한 듯

中외교부 "日, 한발씩 선 넘고 있다" 연일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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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총통./ 사진=라이칭더 페이스북

중국이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재개한 가운데, 대만 총통이 일본산 해산물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올리며 대만-일본 우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오늘 점심 식사는 스시(壽司·초밥)와 미소국(일본식 된장국)"이라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그는 '가고시마산 방어'와 '홋카이도산 가리비'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라이 총통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았으나, 소셜미디어에 굳이 일본 수산물로 만든 일본 음식을 먹는 사진을 올린 것은 전날 공식화된 중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은 외교부·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연일 거친 비난을 쏟아내는 한편, 자국민에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 영화 상영 중단 같은 사실상의 제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전날에는 2년여만에 이달 들어 겨우 재개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일본 경제와 다카이치 총리에게 충격을 줄 수단을 차례로 내놓는 중이다.

중국은 우익·반중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취임했을 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달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대만 대표로 참석한 린신이 대만 총통부 선임고문과 만난 사진과 "일본과 대만의 실무 협력이 깊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대만 독립'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발신해 성질과 영향이 몹시 나쁘다"며 공개 비난하고 일본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자 격앙된 중국이 공세에 나서고, 중국의 압박에 맞서 일본과 공조 관계를 다져온 라이 총통은 일본을 거드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라이 총통은 지난 17일에는 "일본에 대한 중국의 하이브리드 공격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자(麻煩製造者·트러블메이커)가 돼서는 안 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고 중국을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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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만난 중일 정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중일정상회담

한편, 중국 정부는 이날도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공격적 발언을 이어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80년 전 대만 동포를 포함한 중국 군민은 혈전으로 일본 침략자에 승리했고,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 일본의 항복 문서 등 일련의 조약 문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명확히 했다"며 "(일본은) 입으로는 '입장 변화가 없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한발씩 선을 넘고 있는데, '입장 변화가 없다'는 한마디만으로는 중국의 우려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이 (수산물 수입 중단 빌미가 된) 기술 자료를 모두 준비해 제공한다면 수입을 재개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엄격히 심사해 중국 기준에 부합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다만 일본 지도자가 대만 등 중대 원칙 문제에 관해 잘못된 발언을 해 중국 민중의 공분을 야기했고, 현재는 설령 수산물이 수입되더라도 시장이 없다(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마오 대변인은 다카이치 총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22∼23일)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일각의 관측에 관한 질의는 "리창 총리는 일본 지도자를 만날 계획이 없다. 일본은 자중하길 바란다"고 일축했다.

허융첸 중국 상무부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은 한편으로 감정을 상하게 하면서 한편으로 이익을 구하기를 기대하려 해선 안 된다"며 "이는 중국과 교류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