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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기지의 노르웨이군 F-35 전투기 2024년 2월 1일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기지의 한 격납고에 노르웨이군 F-35 전투기가 격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질학적으로 북미 대륙과 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아이슬란드가 최근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북극해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기로에 놓였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이 아이슬란드가 북미와 유럽 양측 사이에서 자국 이익의 균형을 잡으려고 시도하면서 국방과 외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을 계기로 이른바 '노르딕' 국가 5개국 중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는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아이슬란드는 이와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구가 4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섬나라인 아이슬란드는 특이한 점이 많은 나라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지만 상비군이 없다. 유럽에 뿌리를 둔 나라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다.

아이슬란드 내에서는 현재 사실상 전적으로 미국 등 나토 동맹국들에 의존하고 있는 국방 분야에서 자국이 더 능동적 역할을 해야 할지 여부에 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다른 노르딕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극권을 비무장 상태로 유지하기를 원했으나 이것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국방 역량을 확장해야 할지 검토 중이다.

아이슬란드가 자국 어업을 보호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유지해 온 해안경비대가 국방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커졌다.

2013년에 중단된 EU 가입 협상을 재개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공론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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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기지의 노르웨이군 F-35 전투기 2024년 2월 1일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기지에서 노르웨이군 F-35 전투기가 활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총리는 정부가 더 시급하다고 보는 국방 정책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나서 2027년에 EU 가입 재추진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EU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서쪽의 그린란드와 남동쪽의 노르웨이와 영국 사이의 차가운 바다 가운데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수십년간 전쟁 우려를 하지 않고 평화를 만끽하며 살았으나 최근 주변 정세가 급변하면서 전반적 정책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합병하겠다는 협박 발언을 하고 EU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고 러시아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이슬란드 국내에서는 EU 가입이 시급해졌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프로스타도티르 총리는 결국 실시될 EU 가입 재추진 여부 국민투표를 아이슬란드인들이 유럽과 미국 사이의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지는 말았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동안 아이슬란드에 군사기지를 세우고 보급로로 삼았으며, 전쟁이 끝난 후 1947년에 철군했다가 1951년 아이슬란드와 방위조약을 체결해 미군 주둔을 재개했다.

미국은 2006년 '테러와의 전쟁'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때 철군했지만 방위조약의 효력은 지속됐으며,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점령을 계기로 북극권에서 긴장이 고조된 것을 계기로 미군이 아이슬란드에 다시 주둔하면서 남서쪽의 케플라비크 기지 등을 다시 쓰고 있다.

요즘은 잠수함 탐지 능력을 지닌 미군 정찰기가 아이슬란드 주변 바다를 순찰하고 있으며, 유럽 나토군의 제트 전투기가 아이슬란드와 러시아 사이의 공역을 감시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냉전이 끝난 후에도 유고슬라비아에서 나토군이 작전을 할 때 의료진을 파견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 공항을 운영하는 등 나토에서 역할을 맡아왔다.

또 자국 영토에서 나토 동맹국 군인들이 폭발물 대비 훈련 등을 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나토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양쪽 모두 미국 본토의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에서 핵미사일이 미국으로 날아가거나 핵잠수함이 미국 쪽으로 이동할 경우 이를 탐지할 수 있는 경로에 있기 때문이다.